방화동 소박한 추석잔치 - 이상관님의 초대


두 남자의 만남


이상관님은 올해 초 11단지로 이사 오셨습니다.

아는 사람이 많이 없으셔서 몇 달 전 장백철님 소개해드렸습니다.

장백철님은 11단지에서 오래 사신 분입니다. 


방화동 여기 저기 산책 자주 다니셔서 동네를 잘 아십니다.

어느 세탁소가 잘하는지, 어느 마트가 물건이 싸고 좋은지 알려주셨습니다.

그렇게 두 분 처음 만나셨습니다.

 

얼마 전에는 장백철님이 콩나물이 생겼는데 요리방법을 몰라 도움 요청하셨습니다.

이상관님이 떠올랐습니다. 중국집 주방장 출신이십니다. 

고춧가루 넣고 칼칼하게 콩나물국 끓여 함께 식사 하셨습니다.

 

오늘은 두 분의 세번째 만남입니다.

 


YES MAN 이상관님

 

며칠 전 이상관님께 추석잔치 제안했습니다.

 

"추석이 다가오잖아요. 이웃끼리 모여서 부침개 해서 나눠 드시면 어떨까요?"

"나 부침개 잘 못하는데요."

"잘 못하셔도 괜찮아요."

"언제요?"

 

이상관님께 제안하면 '안 돼요' 하실 때가 없습니다.

이번에도 흔쾌히 승락하시고 준비해주셨습니다.

장백철님과 다른 이웃도 초대하셨습니다.

아는 이웃 없으니 소개해달라고 하셨습니다.


김미경 과장님, 권민지 주임님과 머리 맞댔습니다.

5동 사시는 김지만님 떠올랐습니다. 

김지만님도 작년에 이사오셔서 만남 주선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김지만님, 장백철님이 이상관님 댁에 초대받으셨습니다. 

 


나 오늘 부침개 처음 해봐요

 

아파트 입구에 드러서자마자 고소한 전 냄새 풍겼습니다.

접시에 동그란, 어느 한 곳이 더 튀어나오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아주 동그란 김치전이 부쳐져 있었습니다.


 

"우와 예쁘게 부치셨네요. 맛있어보여요."

"오늘 부침개 처음 해봐요. 내가 좋아하는데 늘 사먹기만 했거든요."

 

부침개 잘 못한다고 하시길래 그런 줄로만 알았는데,

한번도 해본 적이 없으시다니! 그런데도 이렇게 이웃들 초대해주셨다니!

감동이 두배가 되었습니다.

 

권민지 주임님이 김지만님과 함께 오셨습니다.

장백철님도 곧이어 도착하셨습니다.

서로 소개해드렸습니다.

김지만님은 장백철님, 이상관님과 모두 초면이셨습니다.

간단히 인사 나누셨습니다.

 

"초대해줘서 고맙습니다."

"어서 오세요."

 

동그랗게 둘러 앉아 부침개 맛 봤습니다.

 

"입에서 살살 녹네요."

"부침개 어려울텐데, 어떻게 하셨어요?"

"처음인데, 처음한 것 치곤 맛이 좋네요. 간이 딱 맞아요."

 

부침개 맛 좋다고 칭찬이 자자합니다.

빚은 떡집에서 주신 수정과 함께 먹으니 더욱 맛있습니다.

부침개로 향하는 젓가락들이 바쁩니다.

 

 

"맛있게 먹었으니 설거지는 우리가 할게요."

"그럼 우리는 방바닥 닦을게요."

"괜찮아요. 내가 하면 돼요."

 

이상관님은 만류하셨지만 이렇게라도 고마운 마음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장백철님과 저는 설거지, 김지만님과 권민지 주임님은 정리 했습니다.

 

남은 부침개 이상관님이 싸주셨습니다. 

김지만님, 장백철님 배도 든든히 채우시고 손도 무겁게 돌아가십니다.


 

이상관님 예전에 살 던 집은 좁아서 이웃들 초대한 적이 없다고 하십니다.

처음이지만 손님 대접을 잘 해주셨습니다.   

이번 추석잔치도 기다리셨다고 합니다.

 

초대해주신 이상관님 고맙습니다.

다음에는 더 편하게 마주앉아 이야기 나누면 좋겠습니다.  

가끔 이렇게 모여 식사나 차 나누시는 모습 상상해봅니다. 

세 분이 좋은 관계 이어가시면 좋겠습니다.

 

방화동 소박한 추석잔치 의미가 깊습니다.

(글쓴이 : 곁에있기팀 손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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