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들&똑똑]개화동 18통 김장잔치

(글쓴이 : 곁에있기1팀 손혜진)

 

 

김장철 잔치 구상

 

2018년 겨울 수육잔치가 참 좋았습니다.

복지관에서는 돼지고기만 구입해드렸고 주민이 직접 집에서 수육 삶으셨습니다.

수육 삶는 집으로 삼삼오오 이웃들이 모였습니다.

각자 마련한 김장 김치를 조금씩 가지고 와서 수육과 함께 나눠 먹으며 잔치했습니다.

노래도 부르고 수육에 김치 얹어 서로 입에 넣어주며 정다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올해는 사회적고립가구지원사업 똑똑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이 있었습니다.

동네에서 잔치를 열 때 고립가구 주민을 초대하거나

또는 음식을 조금 떼어 나누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디에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했습니다.

 

팀장님. 개화동 가보고 싶어요. 개화동에서 김장 잔치해요.”

 

우리 팀 막내 김민경 선생님이 개화동에서 김장 잔치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김민경 선생님은 복지관에 입사하기 전에

홈페이지에 올라온 선배들의 실천 기록을 모두 읽었습니다.

글에서도 개화동 매력을 느꼈다고 합니다.

개화동이라면 김장하는 집이 많을 거라며 기대를 내비쳤습니다.

 

개화동에 사시는 박용금 님께 연락드렸습니다.

박용금 님은 방화2동 주민자치회 문화분과장이십니다.

저도 문화분과에서 활동하고 있기에 분과장님과 가깝게 지내고 있습니다.

 

어떤 일을 궁리할 때 의논드릴 분을 먼저 떠올립니다.

사회복지사와 관계가 좋고, 이웃과 나누는 일을 즐겨하시는 분을 떠올리게 됩니다.

이번에는 박용금 님이 가장 먼저 생각났습니다.

 

박용금 님께 올해 김장하시는지 여쭈었습니다.

집집마다 김장 계획이 있으셨습니다.

머릿속으로 그리는 수육 잔치를 말씀드렸습니다.

 

하면 되죠!”

 

어렵지 않게 생각하셨습니다.

용기를 얻어 부석마을, 신대마을, 내촌마을, 새말마을 통장님께 모두 연락드렸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의견만 여쭈려고 했는데 일사천리로 준비 회의가 진행이 되었습니다.

 

 

18통 신대마을 김장 잔치

 

잔치 하루 전 박용금 님과 함께 보해마트 정육점 다녀왔습니다.

 

18통 신대마을 박용금 님 김장잔치에 다녀왔습니다.

 

주말에 김장하려고 했는데, 복지관 선생님들 올 수 있는 날로 김장 날짜 바꿔야겠어요.”

아니에요. 저희 때문에 그러지 않으셔도 돼요.

원래 계획대로 하시고 화요일에는 수육 삶아서 나누셔도 충분해요.”

 

박용금 님은 복지관에서 제안한 잔치 잘 이루고 싶으셔서 김장 날짜까지 바꾸실 마음이셨습니다.

복지관에서는 소박함을 추구합니다.

소박해야 받는 이도 주는 이도 부담이 없습니다.

다음에 또 나누고픈 마음이 생깁니다.

저 이웃들이 각자 집에서 음식 하실 때 조금 떼어 이웃과 나누는 것을 바랍니다.

이번에는 돼지고기를 복지관에서 구입해드리면 수육 삶아

김장김치와 함께 조금 나누시면 된다고 제안 드렸습니다.

 

18통 김보경 통장님과 함께 어떤 분께 나눌지 미리 의논하셨다고 합니다.

혼자 사시는 연세가 많은 어르신들에게 나누기로 하셨습니다.

김치와 수육도 좋지만 두고두고 드시기에는 제육볶음이 더 낫다며

수육용, 제육볶음용 고기를 각각 구입했습니다.

받으시는 분들의 삶을 깊이 생각하시는 박용금 님 마음에 감사했습니다.

지혜를 배웁니다.

 

아휴. 내가 이렇게 일을 벌여. 제육볶음에 들어갈 야채랑 양념은 내가 준비할게요.”

 

복지관에서는 돼지고기만 구입했습니다.

제육볶음에 들어갈 양파, 대파, 양념은 모두 박용금 님이 준비해주셨습니다.

 

오전에 미리 고기 가져다 드리고, 12시에 다시 찾아뵈었습니다.

김보경 통장님, 지인 임정순 님도 함께 했습니다.

이웃에게도 김장 김치와 수육으로 식사 대접해주셨습니다.

원래 친한 분들이셔서 편안한 분위기에서 즐거운 대화가 오갔습니다.

 

 

이웃들과 즐거운 한 때를 보낸 후,

제육볶음 나눠 담아 김치와 함께 들고 동네에 나섰습니다.

김보경 통장님이 앞장서셨습니다.

 

우리 신대마을 부녀회장님이 김치랑 제육볶음 조금 해서 나눠주셨어요.

복지관에서 조금 도와주시고요. 맛있게 드세요.”

 

사회복지사는 통장님 뒤를 따릅니다.

설명도 통장님이 먼저 하십니다.

사회복지사는 주민께 인사드리고 싶어서 따라왔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신대마을에서 만난 분들

 

가장 먼저 최 씨 어르신을 만났습니다.

주택 왼편에 있는 문으로 계단 몇 개를 따라 내려가니 문이 세 개 모여 있었습니다.

문 두드리는 소리에 최 씨 어르신이 밖으로 나오셨습니다.

집안이 어두컴컴했습니다.

오후 1시가 넘은 시간이었는데 낮잠을 주무신 모양입니다.

커튼을 쳐놓아 방에는 빛 한줄기도 없었습니다.

 

통장님이 인사하시며 음식 전해드렸습니다.

음식만 드리고 돌아서기 아쉬워 이것저것 여쭈었습니다.

어떤 분들이신지 알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개화동, 지금 거주하시는 집에서 20년간 사셨다고 합니다.

동네가 조용해서 마음에 드신다고 하셨습니다.

20년이라는 세월을 한 집에서 보내셨지만 아는 이웃은 많지 않으셨습니다.

 

이 동네에 20년을 사셨으니 아는 이웃이 많으실 것 같아요.”

그렇지 않아요. 여기 같이 사는 분들이나 알고 저기 밑에 집에 아저씨 한 분 알고요.”

 

반 지하 셋방 사시는 두 분과는 인사하고 가깝게 지내시는 모양이었습니다.

옆방에 계시는 박 씨 어르신께도 음식 전하고자 통장님이 문을 두드렸습니다.

깊은 잠에 빠지셨는지 기척이 없었습니다.

 

자고 있나 봐요. 잠시만요. (똑똑) 통장님 오셨어요. 일어나 봐요.”

 

최 씨 어르신이 방에 들어가 대신 깨워주셨습니다.

깊은 잠에 빠져있으셨던 박 씨 어르신.

피곤하고 귀찮으실 법도 한데 통장님과 우리를 웃으며 반겨주셨습니다.

두 분 모두 인상이 좋으십니다.

 

박 씨 어르신은 개화동으로 이사 오신 지 2년이 되셨습니다.

박 씨 어르신도 개화동이 조용해서 마음에 든다고 하셨습니다.

챙겨주시는 이웃 최 씨 어르신이 곁에 있으니

개화동에 정붙이고 지내시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두 분 모두 집에 누군가 찾아오는 일이 적은 것 같았습니다.

사회복지사들만 인사드리러 갔다면 어색하고 불편했을지 모릅니다.

통장님이 계셨기에 편안하게 인사드릴 수 있었습니다.

 

한낮에 무료하게 보내실 두 분 모습이 상상되었습니다.

가벼운 산책 모임, 가벼운 차 모임을 떠올려봤습니다.

그 분들 삶을 더 알아갈 일이 남았습니다.

 

두 번째로 김 씨 어르신 댁에 갔습니다.

지난 추석잔치 때 김보경 통장님이 소개해주셨습니다.

낯선 이들과 대화를 꺼리시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번 방문은 조금 달랐습니다.

 

안녕하세요. 부녀회장님이 이거 좀 드시라고 김치랑 고기 챙겨주셨어요.

별일 없으시죠? 지난번보다는 건강이 나아지신 것 같아요.”

. 제가 올해 몸이 아파서 15일을 병원에 있었어요. 지금은 좀 나아졌어요.”

다행이에요. 여기 사신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개화동에 산지는 1986년부터예요. 이 집에는 2011년부터 살았어요. 그 전에는 다른 곳에서 살고요.”

개화동에서 오래 사셨네요.”

맞아요.”

 

김 씨 어르신이 당신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두 번 방문하니 시간을 더 많이 내어주셨습니다.

자주 방문할 필요를 느낍니다.

다음에 또 찾아뵐 일을 만들어야겠습니다.

 

통장님께 감사 인사드렸습니다.

 

통장님 덕분에 저희가 만나 뵙고 싶은 분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고맙습니다.”

 

나도 종량제봉투 드릴 때만 찾아뵈니까 어떤 분들이신지 잘 몰라요.

그래서 집주인한테 물어봤죠. 어떤 분들한테 드리면 좋을지.

집주인은 그래도 한 번씩 살피니까 통장인 저보다는 상황을 잘 아시거든요.”

 

김장 잔치 제안한 덕분에 통장님도 이웃을 더 잘 알게 되셨습니다.

다음에 만나실 때 서로 더 친근감 느끼시겠지요. 잘됐습니다.

 

 

감사인사 및 평가

 

잔치 후 박용금 님께 감사 인사드렸습니다.

개화동 잔치를 제안할 수 있게 용기 주셨고,

받으시는 분들을 깊이 생각하는 지혜를 배울 수 있어 감사하다고 인사 전했습니다.

덕분에 복지관에서 뵙고 싶었던 혼자 사시는 분들을 알게 되어 감사했습니다.

 

개화동은 시골 정서가 남아있는 곳이지만

이웃과 어울리지 못하는 분들이 계신다며 안타까워하셨습니다.

특히 자가를 소유하고 있는 분들과 그렇지 않은 분들이 그렇다고 하셨습니다.

부녀회장으로 일하며 부녀회에서 외로운 분들을 챙겨드리려고 노력하신다고 합니다.

감사했습니다.

 

박용금 님과 김장잔치 평가했습니다.

 

사회복지사가 잔치 제안했을 때 어떠셨어요?”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김치를 복지관에서 주는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그럼 내꺼 한 통 드리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아깝지 않고 기꺼이 나누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하면 되니까요.”

 

준비하실 때 마음은 어떠셨어요?”

뭐든 기쁘게 해야 받는 이도 그 기쁨을 알아요.

음식을 할 때도 기쁜 마음으로 하면 음식이 맛있고 그렇지 않으면 음식도 맛이 없어져요.

그래서 항상 받는 사람이 얼마나 기뻐할까 이런 생각으로 즐겁게 해요.”

 

잔치 후에 뭐가 달라지셨나요? 나눠드린 이웃과 이후에 만나셨어요?”

조용히 나누고 싶은 마음이라 나눠드릴 때는 동행하지 않았어요.

통장님이 아시는 분들이고 저는 잘 몰라요.

어르신들이 그냥 맛있게 드시기만 하면 되죠.”

 

다음에도 잔치에 참여할 마음이 있으신가요?”

사회복지사들이 좋은 일을 제안하는 걸 아니까 거절 못해요.(호호)

근데 이번에는 내가 너무 빨리 대답한 것 같아요. 밀고 당기고를 좀 할걸.”

 

잔치해주실 만한 분이나 참여하면 좋을 분 소개해주세요.”

개화동에는 사람들이 워낙 좋아서 다음에도 하자고 하면 모두 할 거예요.”

 

박용금 님은 오래 전부터 이웃들과 나누는 삶을 살아오신 분입니다.

자녀들에게 어릴 때부터 타인을 배려하고 이웃과 나누는 삶을 가르치셨습니다.

 

박용금 님의 선한 마음이 자녀에게,

그 자녀로부터 또 다른 누군가에게 흐르는 모습을 상상했습니다.

 

복지관에서 제안하는 동네잔치로 이웃이 이웃에게,

그 이웃이 또 다른 이웃에게 선을 베푸는 모습을 상상했습니다.

 

사회복지사들의 발걸음이 헛되지 않기를,

헛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와 확신을 가져보게 됩니다.

 

직원들과 나눠먹으라고 귤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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