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사회사업] 실습생, 김은희 부장님 복지관 소개

 

 

 

 

* 전채훈 실습생 일지를 발췌했습니다. 

 

 

김은희 부장님께서는 방화11복지관의 역사와 미션, 핵심 사업 등을 소개해주셨습니다.

부장님은 방화11복지관과 당신의 삶이 함께 이루어져 왔다고 말씀하실 만큼 복지관 역사의 산증인이십니다.

 

방화11복지관은 1990년대 초 정부의 영구임대아파트 정책의 산물입니다.

 

노태우 정부는 1989년 도시 영세민의 주거 안정을 목적으로 영구임대주택 공급방침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라 93년까지 약 19만 호가 공급되었고, 서울에서는 강서구, 노원구, 강남구, 강북구 등지에 집중적으로 공급되었습니다(김수현 외, 『서울시 영구임대주택 주민의 생활』, 2002, 11-18쪽).

 

그중에서도 특히 강서구의 방화동, 가양동에 많은 임대주택이 건설되었으며 단지별로 지역사회복지관이 함께 건립되었습니다. 복지관의 명칭은 단지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는데, 부장님은 이런 획일적인 이름 부여를 못내 아쉽게 느끼시는 것 같았습니다.

 

 

 

방화11복지관은 1994년에 개관했습니다.

복지관의 사업은 시대의 흐름과 사회의 요구에 따라 변화를 거듭했습니다.

서비스 제공에 대한 요구가 컸던 2000년대 초중반에는 주로 사회교육 사업을 담당했습니다.

그러나 교통이 열악했던 당시의 상황에서 사업이 활성화되기는 어려웠습니다.

 

2010년대 들어서는 서울시정의 변화와 함께 마을공동체에 대한 관심이 확산했습니다.

복지관 사업에서도 주민의 참여와 협업이 강조되었습니다.

기존에 ‘서비스 제공자’의 역할에서, 당사자의 주체적 활동에 조력하는 것으로 복지관에 대한 역할 기대가 변화했습니다.

 

 


2012년에는 복지부의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에 따라 종합사회복지관의 3대 기능이 법에 명시되었습니다.

과거에는 개입 대상별로 조직이 구성되었다면, 이제는 기능별 구성으로 조직이 개편되어야 했습니다.

새로운 변화에 적응해나가는 한편, 복지관 선생님들은 기능 중심 조직의 한계를 절감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는 ‘서비스의 분절’이라는 커다란 문제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당사자는 큰맘 먹고 복지관에 찾아와 자신이 겪는 어려움을 토로합니다.

그런데 조직이 기능별로 분할되어서, 여러 서비스를 받기 위해 이 팀과 저 팀 사이를 오가며 자신의 어려움을 거듭하여 설명해야 했습니다.

기능별 조직으로는 당사자에 대한 통합적 접근과 실천이 힘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방화11복지관은 이러한 기존 제도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다시 근본으로 돌아갔습니다.

복지관의 사명과 역할이 무엇인지, 그 토대부터 질문하기 시작했습니다. 답은 의외로 단순했습니다.

복지관이 지향해야 하는 가치는 ‘인간의 존엄성과 사랑’, ‘당사자의 자주성과 지역사회의 공생성’입니다.

복지관의 역할은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복지를 이루고 더불어 살게 돕는 일”입니다.

더불어 사는 지역사회란 “약자도 살만하고, 약자와 더불어 사는 곳, 이웃과 인정이 넘치는 곳”입니다. 

 

복지관 선생님들은 이렇게 찾아간 근본 토대 위에서 조직을 개편하고자 했습니다.

복지관이 약자도 더불어 사는 지역사회를 만드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면, 복지관 조직 역시 지역사회 중심으로 구성되어야 했습니다.

 

이에 따라 ‘기능별 조직’에서 ‘동 중심 조직’으로 개편을 시도했습니다.

이것이 방화2동을 담당하는 곁에있기팀과 공항동을 담당하는 이어주기팀이 탄생하게 된 배경입니다.

 

 


동 중심 조직 개편은 지역으로 직접 찾아가 3대 기능을 통합적으로 실천하게 도와주었습니다.

복지관에서 지역사회로 실천의 장이 바뀌니, 지역사회 주민들이 가진 강점과 자원이 그 안에서 자체적으로 순환하기 시작했습니다.

복지관을 매개해야만 자원이 순환할 수 있었던 ‘후원’ 구조가, 이웃 간의 자연스러운 ‘나눔’의 문화로 변화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는 약자들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살아가는 ‘돌봄 생태계’의 복원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장님은 복지관이 어려운 사람들을 일방적으로 돕는 곳이 아닌 지역주민이 서로 어울려 사는 것을 거들어주는 곳이 되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씀하셨습니다.

 

 

 

원래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이 유일하게 붙들 수 있는 희망은 어깨를 겯고 살아가는 동네 이웃입니다.

과거에는 판자촌과 같이 열악한 생활 환경 속에서도,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의 그물망 위에서 존엄한 삶을 영위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도시는 가난한 사람들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더 깔끔하고 획일적인 도시를 만들기 위해 소위 ‘불량 주택’들은 철거되었습니다.

철거된 것은 슬레이트 지붕만이 아니었습니다.

 

약자들이 구축한 돌봄의 생태계, 혹독한 사회 안에서도 품위 있는 삶을 지탱해준 이웃과 인정까지 파괴해버렸습니다.

이제 복지관은 파괴된 이웃 관계를 재건하는 역할을 맡아야 합니다.

그 중심에는 지역주민들이 미세하게 이어온 사랑의 실천이 있을 것입니다.

이번 단기사회사업이 지역주민이 어울려 만든 돌봄 생태계를 충분히 누리고 익히고 배우는 시간이었으면 합니다.

 

 

 

강의를 듣고 나서 제가 서 있는 현재가 수많은 복지관 선생님들의 치열한 고민의 산물임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저도 그 고민의 연속에 잇대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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