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들] 개화동 잔치 준비 | 드디어 간 그 곳, 개화동!

(글쓴이:정한별사회복지사)

출처 : 기사 '꽃피는 마을, 개화동…전원 풍경에 힐링'


“이번에는 개화동에서도 해보면 좋겠어요.” 

방화2동, 공항동, 개화동은 복지관이 만나는 3개 동입니다. 

그동안 방화2동과 공항동에서 동중심사업을 신나게 펼치면서 한편으로는 개화동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개화동은 서울에서 유일하게 아직도 논 농사를 짓는, 시골동네 같은 정겨운 곳이라는데

여기에서 사회사업하면 얼마나 재미있을까요?

올해는 개화동에서도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작년 기회가 닿을 때마다 개화동 찾아갔습니다. 

무더위 쿨 스카프를 어르신들과 나눌 때 개화동 경로당에 갔었고 

추석 때에는 표고버섯을 구실로 통장님과 인사드리며 앞으로 함께 하고 싶은 활동들 의논했습니다. 

“우리 동네는 장소도 좋고, 할 사람들도 있고, 해본 경험도 많죠. 

복지관이 이런 일도 한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네요. 

문제는 코로나인데 이런 시국에 뭘 한다는 게 조심스럽네요.” 

동네 사람들 어울리는 일을 그동안 통장님들이 중심이 되어 계속 주선해오셨다고 합니다. 

함께하기 좋은 바탕입니다. 잔치 사업을 상상해보며 개화동에서의 잔치도 떠올렸습니다. 

 



개화동은 어떤 마을일까요?


개화동은 서울시에서 가장 늦게 편입된 마을입니다. 

발전은 더디지만 그런 덕에 서울이라는 대도시답지 않은 예전 마을 공동체 모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고려 말의 흔적인 깃든 약사사, 미타사부터 채석장, 산신제 지내는 상수리나무, 봉화대 터 등 

마을 곳곳에 역사의 흔적들이 있습니다

개화동은 길쭉한 모양으로 다섯 개 마을이 줄줄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방화동 길건너 새말부터 내촌마을, 신대마을, 부석마을, 그리고 한강이 가까운 상사마을로 이어집니다.

 

새말은 6.25 전쟁 때 경기도 파주의 피난민들이 들어와 정착한 마을입니다. 당시 개울가나 산 속에 판잣집을 지어 생활했는데 새로 생긴 마을이라 이름이 '새말'입니다. 

 

내촌마을은 개화산 중턱 아래에 자리 잡은 마을로 남원 양씨가 처음 이 마을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지금도 그 후손들이 살고 있습니다. 

 

부석마을은 문화 유씨 진사공의 후예들이 이룬 마을입니다. '떠 있는 바위'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신대마을은 부석마을이 번성해지자 사람들 일부가 남쪽으로 내려와 부락을 형성하면서 만들어진 곳입니다. 부석을 큰 말, 신대를 작은 말이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상사마을은 안동 권씨의 집성촌으로 뽕나무가 많아서 뽕나무 상(桑)이 들어간 이름이 붙었습니다. 

(출처 : 2016 희망지사업:마을이야기 속에서 개화마을 꽃이 피다)

 


설 잔치, 우리가 잘 아는 분께 연락드리기 


김분여 통장님은 재능이 많습니다. 

개화산을 다니며 산에 오는 모든 새를 촬영한 모음집을 내기도 하고 

강서구에서 동네 속속들이 소식을 전하는 기자, 아나운서도 하십니다(그 밖에도 무척 많으나 여기에 모두 적지 못합니다.)

지난 겨울 누구나 그림책 출판 소식을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시고

i강서tv에도 홍보해주셔서 저와도 친분이 있었습니다.  

“한별 선생님 반가워요. 잘 지내고 계셨나요?”

통장님께 복지관에서 제안하고 싶은 설 잔치가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사회사업을 함께 해보지 못한 터라 전화로만 설명하기는 어려워서 직접 찾아 뵙기로 했습니다. 

코로나에 만남이 조심스럽지만 설 잔치 잘 이루고 싶어하는 사회사업가의 취지를 이해해주시면서 

선뜻 만남에 응해주셨습니다. 

김분여 통장님께만 연락드렸는데도 개화동 네 분 통장님께서 모두 오셨습니다.

통장님 네 분은 서로 가까운 사이입니다. 
마을의 젊은 일꾼이시면서 또 오래 계신 분들입니다.

손혜진 팀장님은 올해 개화동에서 해보고 싶은 설 잔치가 무엇인지 설명했습니다. 

“지난번에 개화동 이야기 들으니 이곳도 참 정이 많이 흐르는 곳이더라고요. 

그동안은 방화동에서 소박한 잔치들을 통장님 중심으로 많이 이뤘거든요. 

그러면서도 개화동이 늘 마음에 걸렸어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이곳에서 풍성하게 이뤄도 참 재미나겠다 싶었어요.” 

복지관에서 준비할 수 있는 것은 떡국 떡입니다. 양은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떡국으로 끓이면 한 봉지에 열 그릇은 충분히 나오니 소박한 떡국 잔치하기에는 적당했습니다. 

개화동에서도 떡국 끓여서 이집 저집 한 그릇씩 나눠 먹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설레는 마음이었습니다. 

“선생님, 떡 3kg 5봉지를 네 마을에서 나눈다는 거죠? 

한 마을에 계신 분들이 그래도 꽤 되는데 그분들하고 나눠 먹는다니 양이 너무 적어요.”

“소박한 잔치인 만큼 통장님 중심으로 몇 그릇 가까운 분들과 나눠 드시는 것은 어떨까요?”

통장님들은 조심스러워 하셨습니다. 
“여기는 마을이 좁고 작아요. 

통장이 누군 주고, 누군 안 줬다는 이야기가 들리면 안 받은 분들은 무척 서운해하실 것 같아요.” 
 

다른 제안도 하셨습니다.
“꼭 떡국을 끓여서 나눠야 하나요? 떡을 나눠 먹으면 더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우리랑 가까운 사람보다도 떡이 꼭 필요한 사람, 그러니까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눠주면 

더 좋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떡을 1kg씩 나눠줘도 3명이니까 양이 적긴 하죠.”

통장님이 그리는 그림과 복지관이 제안하는 그림이 달랐습니다.

 
복지관의 맥락은 이렇습니다. 
우리는 잘 아는 개화동 주민으로서 먼저 통장님을 만나 뵌 겁니다. 

통장님들에게는 이미 알고 있는 관계가 많고, 큰 일을 감당한 경험과 연륜이 있으니 

수월하게 잔치 이룰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한편 통장님의 맥락은 이렇습니다. 
통장님은 마을의 대표로서 복지관이 제안하는 물품(떡)을 받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떡을 잘 써야 한다는 책임이 있습니다. 

또 공적인 지위인 만큼 코로나 19에 대응하는 방역수칙에도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

통장님들의 역할과 입장을 충분히 생각해봅니다. 

5인 이상 모임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떡국을 끓여 나눈다는 것이 조심스러운 입장일 겁니다. 

더하여 마을의 생태를 돌아봐야 하는 입장에서는 

떡국 나눠먹기보다 떡을 나눔이 더 복지에 유익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복지관의 관점도 붙잡아봅니다. 우리가 온통 관심 있는 것은 관계입니다. 

어떻게 하면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서로 관계가 좋아져서 

코로나에 대응하는 바탕이 될 이웃 관계를 튼튼히 만들 수 있을까요?  

생각을 맞추기 위해 오랫동안 통장님들과 이야기했습니다. 
통장님들은 과거에 이웃들과 나눠 먹은 경험이 풍부했습니다. 

박형숙 통장님은 때마다 기회가 되면 음식 해서 주변 사람들하고 나눠드셨다고 합니다. 

개화동은 마당도 넓고 공터도 있는 등 자리가 좋아서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즐기는 

큰 잔치들도 많이 했었다고 합니다. 

이야기 듣는 것만으로도 신이 납니다. 해볼 만한 것들이 떠오릅니다. 

일단 시작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해보는 것에 의미를 둡니다. 

이번 설에는 통장님들 네 분이 모여 떡국 끓여먹기로 했습니다.

옆에 분리되어 있는 공간에 경로당 총무님들도 초대하기로 했습니다.

방역수칙을 지키며 우리끼리 먼저 잔치해보는 겁니다. 



뒷 이야기 


설명을 더 생생히 하고 싶은데 막상 만나면 그게 잘 안됩니다. 

손혜진 팀장님 덕분에 그나마 우리의 관점을 충분히 소개할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요? 

권대익 주임님께 물으니 ‘사진과 영상이 있는 설명회’를 제안합니다. 

다른 곳에서 한 것을 직접 보여주는 겁니다. 

사진을 보여주면 더 잘 이해하시면서 당신의 동네에서도 해볼 수 있겠다고 그리기 쉽다는 겁니다. 

떡을 드릴 때 한번 더 만나는 기회에 권대익 주임님께 부탁했습니다.

권대익 주임님은 통장님들께 11단지 3동에서 이선이 통장님이 했던 잔치 보여드렸습니다.

 


“이선이 통장님 알아요. 여기는 이렇게 했네. 우리도 할 수 있죠. 

우리는 코로나 아닐 때 더 크게도 해서 사람들 많이 부르고 했었죠.” 

권대익 주임님은 사진만 소개한 것이 아니라 마치 대본을 짠 듯이 생생하게, 또 정확하게 설명했습니다. 

자신감 있는 사회사업가의 태도를 보면서 당사자도 더 해볼 만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방법을 알려준 권대익 주임님, 꿈에 그리던 개화동 시작을 설레하던 손혜진 팀장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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