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들] 도성옥 님 설잔치 진행 1 | 제가 어르신들께 미리 말씀드렸어요.

(글쓴이:정한별사회복지사)

“12시에 식사해야 하니까 1040분에는 떡 들고 오세요.”

 

1040분에 도성옥 님 댁에 갔습니다. 13층 이웃 분은 벌써 와 계셨습니다.

멸치와 다시마를 넣은 육수가 팔팔 끓고 있습니다.

도성옥 님은 분주한 속에서도 저를 반갑게 맞아 주셨습니다.

 

부엌에는 미리 볶아둔 소고기가 한 접시, 구워둔 지단이 한 접시, 부숴둔 김이 한 봉지 가득 있습니다.

김치 왕만두도 두 봉지나 있습니다.

 

 

떡국 끓일 때 넣을 만두도 준비하셨네요?”

 

만두요? 제가 준비한 게 아니에요.

아는 언니가 오늘 떡국 끓여서 동네 사람들 대접한다고 하니까

만두도 넣어서 끓이라고 두 봉지 턱하고 주더라니까요.

핫도그도 좀 있다고 주고. 이따가 어르신 댁 갈 때 이것도 가져갈까봐요.”

 

도성옥 님께서 둘레 분들에게 오늘 잔치할거라고 말씀하셨나 봅니다.

당사자께서 주선하는 잔치라고 하니 그래도 이것저것 좀 보태야 하는 것 아니겠냐며

주변에서 부족하지 않게 챙겨주신 겁니다.

 

어떤 분들에게 드릴 계획이신지 여쭈었습니다.

 

유니트로 사는 할아버지 이따가 드려야죠. 교회에서 알게 된 분인데

저에게 자주 전화해서 밥 한번 먹자고 말씀하세요.

어떻게 매번 그럴 수는 없으니까 이렇게 기회 됐을 때 하는 거죠.

혼자 사시는데 떡국 한 그릇이라도 드시면 좋겠죠?”

 

도성옥 님은 지난번 통화할 때 707호 할머니께도 드리고 싶어 하셨습니다.

 

“707호 할머니는 치매가 심해져서 아들이 얼마 전에 모시고 갔어요.

그 집 한번 드리고 싶었는데 거기는 아쉬워요.

대신 706호 어르신 부부 사시는데 거기 드리면 어떨까 싶어요.

할머니 할아버지 워낙 요리 잘 하셔서 제 떡국이 입맛에 좀 맞으실지, 좋아하실지는 모르겠네요.

그리고 710호 옆집 할머니 좀 드리려고요.

아침에 병원 가신 것 같던데 방금 문소리 난 거 보니까 도로 오셨어요.”

 

 

설잔치를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생각난 13층 언니와는 어르신들 드리고 난 뒤

새로 끓이는 떡국으로 상차림 해서 함께 먹습니다.

평소에 가장 친하게 왕래하며 지내는 13층 언니입니다.

최근에 남편이 돌아가신 터라 마음이 헛헛할 텐데 걱정이 되었는데 이렇게 모여 한바탕 먹자는 겁니다.

 

선생님. 오정남 어르신 지금 댁에 계시겠지만 그래도 전화 한 번 해보면 좋겠네요.”

정신없이 떡국 구경하고 있는데 도성옥 님께서 심부름 시켜주셨습니다.

오정남 어르신께 전화 드렸는데 받지 않으십니다. 신호가 길어졌습니다.

 

벨소리 못 들으시나보다. 잘 못 들으시니 엄청 기다려야 해요.”

 

그래도 계속 신호만 갈 뿐 받지 않으셨습니다.

 

지금 벨소리 듣고 휴대폰 찾고 계신가보다. 좀 더 기다려요.”

 

결국 연결이 되지 않는다는 메시지가 들렸고

왜 안 받으실까 말씀하면서 직접 휴대폰으로 걸어보셨습니다.

익숙한 번호인지 이번에는 바로 받으십니다.

 

어르신! 저에요. 도 권사요. 제가 어제 어르신께 떡국 한 그릇 대접한다고 했잖아요.

이따가 복지사 선생님이...? 벌써 식사를 하고 계시다고요? ! 점심이 아니라 늦은 아침이라고요?

이걸 어쩌나... 떡국은 퍼져서 안 될 텐데요. 그럼 어르신 음식을 제일 나중에 가져다 드릴게요.

늦게라도 조금 잡수셔요.”

 

오정남 어르신 댁에는 맨 마지막 들르면 된다고 합니다.

오정남 어르신께 챙겨드릴 것이 떡국만은 아니었습니다.

고명으로 올라갈 볶은 소고기를 따로 반찬 통에 담아주시더니

이번에는 김치냉장고에서 동치미를 꺼내시고는 작은 무 세 쪽을 썰어 한 사발 크게 담아주셨습니다.

 

 

 

 

할아버지께 이 무는 좀 짜니까 물 부어 드셔야 한다고 꼭 좀 전해주세요.

이 고기는 떡국에 조금 올리고 남겨서 밥 비벼 드시라고 해주세요.”

 

제가 가져온 종이봉투가 작아 큰 마트 가방에 담았습니다.

이미 충분히 많은데도 냉동실을 뒤적이시더니 팔뚝 만큼 길쭉한 냉동 코다리 찜도 꺼내 넣어주셨습니다.

가방이 무겁습니다.

떡국은 거의 다 끓었습니다. 멀리 오정남 어르신께 갈 짐도 챙겼습니다.

710호 신옥녀 님께는 어제 도성옥 님께서 미리

내일 떡국 끓일테니 점심 드시지 말고 계셔요.’라고 말씀하셨답니다.

 

이제 배달 가면 됩니다. 

댓글